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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질 결심] 오랜만에 나온 박찬욱 감독의 장편영화

by 쏠페라 2023. 1. 22.

★두 남녀가 헤어질 결심을 하기까지

부산서부경찰서 강력반 형사 해준(박해일)은 산 정상에서 추락한 남성의 사건을 수사하면서 그의 아내 서래(탕웨이)를 만나게 됩니다. 해준은 이 사건의 용의자가 된 서래를 심문하면서 사극으로 배운 한국말 탓에 우리가 흔히 쓰는 한국어와는 거리가 조금 있어도 실력이 꽤 좋은 서래의 한국말을 들으며 묘한 매력을 느끼게 됩니다. 모든 사람이 서래의 미모를 이야기할 정도로 극 중 서래는 상당한 미모의 아내로 나옵니다. 그런 서래에게 해준은 먼저 호감을 갖게 됩니다. 얼굴도 예쁘고 젊은 사람이 왜 늙은 기도수와 결혼을 하게 되었는지 묻는 과정에서 서래의 이야기를 듣고 점점 더 서래에게 감정이 기우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더군다나 서래는 출장간병인으로 할머니들을 간호하는 역할로 착실하고 정직한 사람으로 판단하게 됩니다. 해준을 존경하고 따르는 해준의 후배 수완은 그런 해준의 감정을 눈치채고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며 해준을 나무라기까지 합니다. 그러나 해준은 단순 실족사로 사건을 종결합니다. 하지만 그 사이에는 서래의 의심스러운 정황이 포착되었고 해준은 아내가 있는 이포로 이사를 갑니다. 형사로서 마음이 무너진 해준은 불면증을 겪으며 지내게 됩니다. 서래도 다른 남자와 결혼해 이포에 살게 되고 한 시장에서 해준과 서래는 다시 만나게 됩니다. 어느 날 서래의 두 번째 남편도 죽게 되어 그 사건을 다시 해준이 맡게 되면서 해준은 서래에게 "이러려고 이포로 왔어요?"라며 화를 냅니다. 왜 그런 남자랑 결혼했냐는 해준의 질문에 서래는 "다른 남자와 헤어질 결심을 하려고... 했습니다."라고 답합니다. 

★<아가씨> 이후 6년만에 나온 11번째 장편영화

<헤어질 결심>은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 이후 6년 만에 나온 11번째 장편영화라고 합니다. 저는 사실 호불호가 갈리는 박찬욱 감독의 영화를 그리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박찬욱 감독의 영화 중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 씨, 박쥐, 아가씨를 관람하긴 했습니다. 박찬욱 감독의 영화는 즐거운 오락영화라기보다는 인간 내면의 본능적인 어두운 이면을 끌어올려 영화로 담는다고 생각됩니다. 그래서인지 그런 나의 본모습을 들킨 것 같은 감정에 죄책감이 들게 만들기까지 하는 감독입니다. 특히 박찬욱 감독의 영상 촬영 중 인물의 감정선을 담을 때 인물의 어깨선 위로 클로즈업 하는 촬영기법이 여러 번 보입니다. 그에 더불어 음악 또한 평범하지는 않습니다. 저는 그게 박찬욱 감독 특유의 감정 전달 방식이고 그 사이 저는 그 감정을 읽으려 노력합니다. 그러다 보면 인물들의 순수함이 아닌 기괴함이랄까요? 박찬욱 감독이 전달하려는 본성이 느껴집니다. 꽤 섬세하고 치밀하게 말입니다. 하지만 이전 작품들에 비해 덜 자극적이고 수위도 많이 낮아져서 보는 내내 불편함과 피로감은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웬일로 박찬욱 감독이 로맨스 같은 영화를 찍으셨을까 생각했지만 이 영화는 서스펜스 영화로 보는 게 맞습니다. 

★두 사람의 어긋난 사랑

역시나 박찬욱 감독의 이번 영화도 그냥 멜로, 로맨스는 아니였습니다. 영화 소개에도 서스펜스라고 소개되었듯이 두 남녀의 사랑과 이별을 꽤 특이한 방식으로 보여주었습니다. 용의자에게 마음을 빼앗겨 수사를 망친 품위 있던 형사는 그녀를 잊기 위해 이사를 가고, 그 형사의 마지막 모습이 각인이 되어 잊지 못하는 여자의 슬픈 사랑이 헤어질 결심으로 다른 남자와 결혼해 그 형사가 있는 곳으로 이사하는 멜로, 로맨스인 것 같지만 살인사건이 발생하며 서스펜스로 전환됩니다. 사랑해서는 안될 가정이 있는 유부남 형사와 용의자로 수사받던 여자의 관계가 미묘한 감정으로 이 영화를 이끕니다. 특별히 불륜영화도 아니고 스릴러 영화도 아닌 박찬욱 감독의 오묘한 영화였습니다. 한 여자가 헤어질 결심을 하겠다고 다른 남자와 결혼을 하였지만 또다시 발생한 살인사건 현장을 보고 사랑하는 형사가 마음이 아파 잠을 못 이룰 거 같다고 정리까지 해두는 순애보적인 사랑을 보고 있자니 한편으로는 측은함이 들기까지 했습니다.  그런 여자의 사랑을 알아챈 남자는 참아두었던 마음이 폭발하고 어쩔 줄 몰라하는 모습이 인상깊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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